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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사이드 빌게이츠>: 용기에 대해 (용기는 이어폰 단자를 없앨 때 쓰는게 아니다)

*공개된 사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지만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상을 먼저 시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예고편:https://youtu.be/x8qsWi99T_k

 

평점: ★★★★☆

Good: 기획, 촬영, 편집, 각본 등 거의 대부분

Could be better: MS의 덤핑 사건을 너무 일방적으로 다루는 점, 다큐멘터리 전체가 거의 MS사의 광고 같이 느껴지는 점

#천재(Genius)

나는 종종 천재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나와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편리하고, 어쩌면 비겁한 생각이다. 그들이 세상의 어려운 문제를 다 해결할 것이며, 그들은 태생부터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나서 줄거라고 믿는다. 결국 현대판 아이언맨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어벤져스> 중, 스티븐 로져스가 토니 스타크에게 묻는다. '슈트를 빼면 너에게 남는건 뭐가 있지?' 그에 대해서 토니 스타크는 이렇게 대답한다.

-천재,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박애주의자

플레이보이만 뺀다면, 현실에서 3가지에 해당되는 사람은?

정답은 빌 게이츠다.

 

#인간_'빌게이츠'; #자선사업가_'빌게이츠'

빌게이츠는 하버드를 중퇴하였으며, MS를 설립하여 전세계 직장인들이 대분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PC운영체제 Windows 시리즈를 개발했다. 그 뒤에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줄여서 말하면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더 부자가 된 이후, MS를 은퇴하고 자선단체를 만들었는데, 다큐멘터리는 그의 프로젝트들을 개인사와 더불어 하나씩 소개한다.

-첫번째 에피소드: 아프리카의 정수문제와 빌게이츠의 어린시절

-두번째 에피소드: 소아마비와의 전쟁과 MS설립 초기의 이야기

-세번째 에피소드: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에너지 개발과 덤핑 재판과 은퇴 이야기(그리고 실패에 대해서)

내용을 모두 요약할 필요는 없지만, 에피소드별 키워드는 각각 #죽음, #성공, #실패 이다.

 

 

빌게이츠는 브루스 웨인이나, 토니 스타크정도의 드라마틱한 유년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분명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지역의 유지 아들로 태어나, 어릴적부터 교육의 혜택을 받을 기회가 많았던 빌 게이츠는 본인이 수학과 컴퓨터에 재능과 흥미가 있다는 걸 깨닫고, 부모님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재능을 키운다. 부족한 사교성과 함께. 개인의 흥미와 재능, 이를 뒷받침할 가정환경, 시대적인 수요에 힘입어, 빌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소프트웨어를 설립하고 승승장구 한다. (물론 지금은 하드웨어의 명가라고 조롱당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훌륭한 점은 단순히 빌 게이츠라는 천재, 억만장자, 박애주의자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에피스드들의 현재-과거 에피소드들은 모두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이는 인간으로서의 빌게이츠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인간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한정된 수명 속에서, 수 없이 많은 실패를 겪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총아인 빌게이츠조차 시간은 살 수 없고, 세계정치적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에피스드 3). 남은 날 보다 지나온 날이 많은 그가 추진한 프로젝트들은 모두 실패하거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남은 날 보다 지나온 날이 많은 그에게는 분명 절망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 이후 스태프롤이 올라갈 동안 그가 이루었던 업적들과 그의 능력들, 그가 경험한 실패와 주변 인물들의 죽음이 무질서하게 떠올랐고, 결국 나 같은 범인이 그와 같은 업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용기'라는 생각이 들며 넷플릭스 페이지를 닫았다.

미완의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는 용기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감독은 다시 빌게이츠에게 묻는다. 모두 다 실패한 거 아니냐고

스티브 로저스가 토니가 아닌 빌게이츠에게 '돈을 제외하면 너에게는 뭐가 남지?' 라고 묻는다면,

그가 한 대답은 아마 책을 빨리 읽는 능력과 용기 아니었을까?

빌게이츠도, 나도 매일 크고 작은 일에 도전한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겠지만,어떤 미국 소설가의 말처럼, 실패가 미완의 인간으로서 매일 아침 눈을 뜨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면,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존재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문구들

감독: 가장 두려운게 뭐죠? / 빌: 두뇌가 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간은 그 분이 유일하게 돈으로 더 살 수 없는 상품이에요.

감독: 마지막 질문입니다. 냉정하게 돌이켜보죠. '화장실' 가능성은 있지만 비용문제는 해결 중이죠, '소아마비' 수백달러가 들었지만 발병률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테라파워' 중국과의 계약은 날아가버렸죠. 미국에라도 짓고 싶겠지만, 어렵다는 건 당신도 동의할겁니다.

빌: 때로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포기합시다", 하지만 때로는 그저 "내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겠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어요.

#B컷

앨런 머스크가 대단한 인물이긴 하지만, 미디어에 의해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_혹은 그가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는거던가, 누가 물어본건아니지만

빌게이츠는 언론으로 부터 스티브 잡스와 함께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IT기업인으로 찬양받기도 하였고, 이윤에 미친 기업인으로 비난 받기도 하였다. 사실 둘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는 제작비를 지원받았는지, MS의 반독점 혐의에 대해서 꽤나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 시절 MS가 행했던 반독점 행위들은 지금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개인적으로는 에피소드1에서 어린시절 어머니와 대립을 세우다가 어머니를 통해 사교성을 쌓는 부분, 어머니의 임종을 보기 위해 울면서 운전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프리카의 사람들도, 유복한 빌게이츠의 부모님들도 모두 동일하게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은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하였다.

윌리엄 포크너(미국의 소설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완벽함에 필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가능한 일에 얼마나 멋지게 실패하는가를 기초로 우리를 평가합니다. 예술가는 매번, 이번에는 글을 성공적으로 쓸 수 있을거라고 믿지요. 물론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만, 이렇게 실패하는 것도 유익합니다. 일단 자신이 품고 있는 이미지와 꿈에 필적하게 써내는데 성공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자신의 목을 따거나 완벽함의 정점에서 자살을 위해 뛰어내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